[뉴스] [연속기획] 전화 회피·텍스트 선호…눈총 받는 Z세대 소통방식, “해결의지 없는 게 아냐, 잠시 ‘렉’에 걸린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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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스테어’는 Z세대의 소통 방식을 부정적으로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신조어다. (사진=프리픽)
# 우리신문은 청년·학생의 문화 트렌드를 반영한 기사를 연재한다. 네 번째 순서로는 20대, 특히 Z세대의 ‘소통방식 변화’를 다룬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통은 이 세대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말 대신 표정이나 반응으로 의사소통을 대신하는 ‘젠지스테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Z세대는 정말 소통이 부족한 세대일까. 아니면, 단지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세대일까.
‘MZ하다’, ‘젠지스테어’
지적받는 Z세대 소통방식
‘MZ하다’, ‘젠지스테어’는 Z세대(1997~2012년생)의 소통 방식을 부정적으로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신조어다. ‘MZ하다’는 표현에는 ‘트렌디함’과 동시에 ‘무례하다’, ‘예의없다’는 평가가 겹쳐 있다. 유튜버 ‘킥서비스’가 공개한 <역시MZ>는 MZ세대를 풍자한 내용으로 조회수 226만 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정승현(프랑스어학 2024) 씨는 “‘MZ하다’는 말을 들으면 ‘무개념’이라는 인식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젠지스테어’는 ‘Z세대(Gen Z)’와 응시한다는 뜻의 ‘stare’를 합친 말로, 질문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뜻한다. 최근 미국에서 이를 풍자한 영상이 확산되면서 알려졌다. 취업 포털 인쿠르트가 회원 6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9%가 젠지스테어를 경험했다. 젠지스테어를 경험했을 때 드는 감정으로는 당황스러움 61.7%, 무례함 49.7% 등이 있었다.
Z세대의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개인주의 성향도 함께 주목된다. 장미화(영상학)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른 사람과 같이 하는 무언갈 하려는 것보다는 혼자 알아서 다 처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캠 앞 ‘이프 와플’ 사장 김병진 씨는 “가게를 찾는 학생들이 필요한 말만 짧게 한다”며 “무례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예전보다 정이 줄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삭토스트’ 사장 이태경 씨도 “키오스크 주문이 보편화되고 대부분 에어팟을 끼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가 줄었다”고 말했다. 강의실에서도 변화는 관찰됐다. 조진희(정치학) 교수는 “학생들의 답안이 짧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문제를 내도 1~2문장으로 짧게 쓰고 마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텍스트 소통 선호하는 Z세대
무례 아니다, ‘말을 다듬는 것’
지난해 알바천국이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소통방법을 조사한 결과, 텍스트 선호가 73.9%로 가장 많았고, 전화 선호는 11.4%였다. 또한, 40.8%가 전화를 할 때 긴장, 불안,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화 통화에 대한 두려움·불안을 느끼는 ‘콜포비아’가 있다는 양서진(프랑스어학 2024) 씨는 “전화로만 문의받는 식당에 연락할 때면 손이 떨리고, 목소리가 잘 안 나올 정도”라며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다.
민소희(연극영화학 2024) 씨도 “전화는 대답할 시간을 벌기 어렵고, 실수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피하게 된다”며 반면 “텍스트는 전송하기 전까지 확인, 수정할 수 있고 심지어 전송한 뒤에도 취소가 가능해 불안감을 대폭 줄여준다”고 답했다.
Z세대의 무례함이 일상화됐다고 말하는 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반응도 있었다. 조 교수는 “실제 강의실에서 젠지스테어를 체감한 적은 없다”고 말했고, 학교 앞 분식점 ‘버무리’에서 일하는 이미옥 씨도 “먼저 인사를 건네면 대부분 학생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고 답했다. 이어 “젊은 층이 무례해 보이더라도, 개인 성격 차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 씨는 “젠지스테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엄청나게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라며 “사회생활을 처음 할 나이인 Z세대가 상사의 요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라서 잠시 ‘렉’에 걸리는 것 뿐,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해결을 위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텍스트 중심의 소통을 선호한다고 해서 사람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학교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를 진행해보니, 질문과 토론 위주의 대면 수업을 선호하는 응답자가 51명, 비대면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49명으로 거의 비슷한 수치가 집계됐다. 비대면을 선호한다고 답한 조승우(정치외교학 2024) 씨는 “발표나 질문할 때 시선 부담이 덜해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대면을 선호한다고 답한 윤채연(치의학 2024) 씨는 “서로 의견을 바로 주고받을 수 있고, 표정이나 분위기도 같이 느껴져서 오해가 덜하다”며 “비대면보다 집중도 잘 되고 일도 훨씬 빨리 끝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발달하는 기술과 매체
변화하는 소통 방법
말을 고르는 Z세대의 신중한 성향에 장 교수는 “Z세대는 기술 발달과 매체 변화에 맞게 검토나 수정 능력이 발달한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인희(언론정보학) 교수는 “옛날에는 찾아와서 직접 의논해야지, ‘건방지게 어른한테 문자를 보내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젠 그런 게 완전히 없어졌다”며 “본격적인 대화를 하기 전에 일단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는 게 예의인 것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기성세대에게 바라는 점으로 양 씨는 “‘요즘 애들은 말이야’라는 식의 비난보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 문화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선을 긋기보다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Z세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비대면 방식에 이미 익숙해졌다. 다만 이 교수는 “학생들이 교수와 대면 소통이 어렵더라도 교수와 대면 소통 경험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래야 향후 사회에 진출 했을 때도 상사 혹은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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