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우리는 밥 먹으면서 왜 유튜브를 켤까 | [조용함의 가치를 찾다]
우리는 밥 먹으면서 왜 유튜브를 켤까 | [조용함의 가치를 찾다]
우리는 밥을 먹는 짧은 순간에도 조용함을 견디지 못해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켜곤 합니다. 끊임없는 자극에 익숙해진 뇌는 잠시만 비어 있어도 불안하고 허전함을 느끼기 때문이죠. 그러나 조용한 순간에야 비로소 우리의 생각은 정리되고, 감정은 안정되며, 뇌는 회복의 시간을 갖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지루함이 아니라 우리를 다시 채우는 중요한 쉼표입니다.
기획 신희재 | tlsgmlwo58@khu.ac.kr
진행 이소정 / 편집 신희재 나하린 / 출연 이찬주 김민호 / 구성 VOU
[영상 전문]
[이찬주 / 자유전공학부 25]
"준비를 할 때 조용한 게 싫어서 계속 노래를 틀고 있어요."
[김민호 / 기계공학과 22] "혼자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무조건 유튜브 영상이나 넷플릭스 영상을 틀고 밥을 먹습니다."
어느새 우리 일상에서 조용함이 사라졌습니다. 집에서도, 길에서도,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듣고 보고 있죠. 언제부턴가 조용함은 우리에게 견디기 힘든 것이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조용함을 피하는 걸까요?
[이찬주 / 자유전공학부 25]
"혼자 있을 때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너무 안 가서 그러는 것 같아요."
[김민호 / 기계공학과 22]
"하고 있었던 고민이나 잡생각들을 좀 피하기 위해서 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심리적 회피'라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드는 불안함을 피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는 거죠.
조용한 순간이 찾아오면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립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 질문들은 불편하고, 때로는 조금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이 순간을 피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거죠. 음악, 영상, 그리고 SNS,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덮는 도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이런 습관은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 뇌에도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평소에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계속해서 밀려오는 자극에 반응하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특히 이런 자극들이 뇌의 도파민 신경회로를 활성화합니다.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점점 그 자극에 익숙해지는 겁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잠시라도 자극이 끊기면 지루함은 물론 불안한 감정까지 느끼기 때문에, 휴대폰을 들어 영상을 트는 거죠. 과학적으로 보면 이렇게 반복적인 자극을 찾는 행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중독’에 더 가깝습니다.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스마트폰 중독이 인위적 보상의 일종”이라 말하며, “이것이 계속 주어지다가 갑자기 제공되지 않으면 잦은 빈도로 해당 행동을 해야 하는 중독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을 비우고 가만히 있는, 즉, 외부 자극이 없을 때 우리 뇌에서는 놀랍게도 특별한 네트워크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DMN', 즉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입니다. 쉽게 말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뇌가 기본적으로 켜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지나온 일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DMN이 활성화되면 뇌는 복잡한 감정들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균형을 찾도록 도와줍니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야말로 진짜로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이 되는 겁니다.
‘디지털 디톡스 챌린지’가 요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극 속에 지쳐있던 뇌가,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서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게 되는 거죠.
남윤재 교수는 "디지털 디톡스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기 돌봄의 새로운 형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조용함을 피하며 살아가죠. 늘 틀어놓고, 무언가를 보고 누군가와 연결돼 있어야 편안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진짜 휴식은 그 ‘조용함’ 속에 있습니다. 성찰도, 회복도요.
오늘 하루, 단 10분 만이라도 모든 소리를 꺼보세요.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냥 가만히 자신의 숨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어쩌면 그동안 피했던 그 조용함 속에, 여러분이 찾고 있던 답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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