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밤하늘에 경희의 이름을 새기다 | [경희성]
밤하늘에 경희의 이름을 새기다 | [경희성]
마지막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였나요? 손안의 작은 화면만 바라보는 우리, 하지만 그 하늘 위에는 수억 광년을 날아온 별빛이 지금도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1997년, 국내 최초의 변광성이자 우리나라 대학에서 처음으로 찾아낸 별인 '경희성'을 발견한 장민환 교수님. 미지의 우주에 '경희'라는 이름을 새긴 그날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기획 홍지원 | hziione@khu.ac.kr
진행 김다희 / 출연 정성준 배호진 장민환 교수님 / 구성 VOU
[영상 전문]
마지막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였나요? 도심의 불빛은 별빛을 지워버렸고, 우리는 어느새 넓은 하늘을 대신해 손 안의 작은 화면만 바라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지낸 그 하늘 위에는, 수억 광년을 날아온 별빛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그 무수한 별들 사이에, '경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별이 있습니다. 1997년, 한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변광성.
우리나라 대학에서 처음으로 찾아낸 별. 미지의 우주에 경희라는 이름을 새긴 그날의 이야기를, 경희성을 발견하신 장민환 교수님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장민환 교수 / 우주과학과 명예교수]
아마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그때 어머니한테 엄청나게 큰 실수를 했어요. 그래서 도망을 가야 되는데 갈 곳이 없어서 밤에 기와 지붕에 올라갔는데, 올라와서 보니 하늘이 너무 멋있는 거예요. 그때 별을 보다가 거의 밤을 샜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저 별이 뭔지 우주가 뭔지 한번 공부해 보고 싶다.’ 그 뒤로 이제 계속해서 그 꿈을 이어왔고 천문학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제가 원래 박사학위 공부를 할 때 은하들의 밝기 변화를 관측하는데 밝기 변화를 감지하려면 뭔가 밝기가 변하지 않은 별이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이제 주위에 Comparison Star(비교성)라고 해서 몇 개를 찍어요. Comparison Star(비교성)은 밝기가 변하지 않아야 되는데 관측해 보니 그게 밝게 변하는 거예요. ’야 이거 재미있겠다” 싶어서 봤더니 그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변광성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국제천문연맹에다 “내가 이 별을 발견했으니 인정해줘” 라고 신청을 해서 이제 학명도 받고 그렇게 됐습니다.
별이라는 게 숫자가 어마어마해요. 우리 은하에만 4천억 개가 있고 그런 은하가 2조 개나 있다고 하는데 그 많은 별 중에 그냥 별 하나일 뿐이다. 이런 생각도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대학교가 한 300여 개 대학교가 되는데 대학교 이름으로 별을 가진 대학교는 경희대학교가 유일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면에서는 제가 학생들한테 좀 어떤 기여를 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긴 합니다.
별을 본다는 게 왜 중요하냐면 예를 들어서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 받거나 그럴 때 여행 가면은 갔다 오면 훨씬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학생들한테도 별자리 사진 찍을 때 깜깜한 데 가서 우주를 한번 자세히 보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 이유가 뭐냐면 우리가 우주로 여행을 갔다 오는 거예요.
처한 환경을 좀 떠나서 보게 되면 모든 게 객관적으로 보여요. 그래서 이제 어떤 자기 고민이라든지 이런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이제 많이 바뀌게 되는데 마찬가지로 별도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생각해 보세요. 제일 가까운 별만 해도 별의 수가 어느 정도 숫자냐면 모래알 하나를 별 하나라고 했을 때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막의 모래알 수 플러스 지구의 해변가에 있는 모든 모래알 수 그거보다 100배가 많아요. 그게 별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작은 먼지 같은 지구를 떠나서 우주로 여행을 다녀오게 되면 본인이 살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좀 더 잘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제가 그래서 학생들한테 가능하면 시간을 내서 우주를 가만히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라고 얘기를 하게 됩니다.
제가 아직도 기억나는 게 그 박사학위 논문을 쓰려고 관측했던 일수가 241일이더라고요. 밤만 되면 계속 나와서 관측을 해야 되니까 밤잠이 없어진 거예요. 어느 정도였냐면 제가 처음에 교수가 되고 나서 과목을 맡아야 할 거 아니에요
학과장 교수들한테 가서 어떤 과목을 맡으면 좋겠냐 이제 물어봤더니 과목 얘기를 해 주는데 한 수업이 9시부터라고요. 1교시. 그래서 제가 막 교수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저 못하겠어요.’ 이렇게 말했어요.
교수님들이 깜짝 놀라는 거예요. 그래서제가 설명을 했죠. ’제가 원래 관측만 했기 때문에 밤에 밤잠을 안 자는 게 습관이 돼 있어 가지고 그래서 낮에는 아침에 수업을 못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교시 수업을 한 적이 없습니다.
사실 이 별을 본다는 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도 생각을 해봐야 돼요. 우주 나이가 138억 년에 지구 나이만 해도 46억 년인데 인간은 100년도 못 살아요. 잠깐 살다 가는데 그때 뭘 하는가가 중요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제가 이 별을 보면서 우주를 보면서 그런 걸 깨닫는 거예요. ’인간이 이런 존재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고 그런 면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데가 어딘지 아는 것만큼 또 중요한 인간의 사명이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배호진/ 건축공학과 23]
학생 때는 단순히 성적을 위해 별에 대해 공부했다면 현재는 머나먼 별 옆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궁금증이 더 큽니다. 평소 걸을 때에는 핸드폰을 보며 땅만을 보고 걷습니다. 그러나 별 관측을 할 때면 비로소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별은 혼자 빛나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수천억 개의 별들이 함께 우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역시, 광활한 우주 속 먼지처럼 작은 존재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빛을 내고 있습니다. 오늘 밤, 잠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세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수억 년을 여행해 온 별빛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을 향해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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