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대한민국에 부는 전문직 열풍 | [명함의 무게]
대한민국에 부는 전문직 열풍 | [명함의 무게]
2025년 대한민국, 전문직 열풍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어떤 명함을 가졌는지에 따라 한 사람의 가치가 정해지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기획 홍지원 | hziione@khu.ac.kr
편집 홍지원 나하린 / 진행 김다희 / 출연 최서현 박서준 조상준 강창국 / 구성 VOU
[영상전문]
2025년 대한민국, 전문직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정말 뜨겁습니다.
세무사 시험은 5년 전에 비해 무려 114%가 늘었고, 변호사가 되기 위한 법학적성시험에는 올해 약 2만 명이 지원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대기업 직장인들 마저 ‘로스쿨 엑소더스’, 즉 로스쿨 대탈출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아무리 대기업이어도 반복된 업무와 짧은 정년 때문에 전문직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겁니다.
모두가 전문직을 꿈꾸는 시대, 그 이면에는 ‘전문직이라면 그래도 안정적일 것’이라는 청년들의 불안과 기대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서현 / 중어 25]
"어문 전공도 재미있고 의미 있겠지만,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까 중국어만으로는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너무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난에 인문 계열 학생들은 취업 시장에서 길을 잃기도 합니다. 스펙을 쌓아도 회사에 들어가기 힘든 현실에 안정적인 길을 찾아 전문직 시험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겁니다.
[박서준 / 로스쿨 준비생]
"문과이다 보니까 과의 특성,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는 길이 보다 한정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기회들을 많이 생각해야 되는데 자연스럽게 전문직의 안정성, 그리고 수입 이런 것들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과가 러시아어학과인데 이 러시아어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고 싶다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고 전문직에서도 변호사, 의사 이런 쪽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선택지를 잃어버린 청년들에게, 전문직은 마지막 남은 동아줄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전문직의 실제 현장은 어떨까요?
[조상준 / 변호사]
"솔직히 말하면 나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2007년에 변호사를 시작했는데 내 등록 번호가 10113호 였어요. 우리나라 첫 변호사가 1905년에 나왔대요. 100년 동안 만 명이 안됐었는데 현재까지 등록된 변호사는 4만 명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백만 대군 앞에 전략 전술은 무의미한 거예요. 그리고 찾아보니까 변호사 1인 당 사건 건수가 2013년에도 2건이 안되었는데 지금은 1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대요."
많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전문직 역시 이젠 포화 상태입니다.
[조상준 / 변호사]
"그러니까 아무리 돈을 벌어도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회사에 다니는 게 다들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계속 늘고 있지만, 합격자 정원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실제로 공인 회계사 시험의 경우, 10년 전 32.7%였던 합격률이 올해 7%까지 떨어지며 경쟁이 5배 가까이 치열해졌습니다.
이처럼 합격문이 좁아지면서 수많은 청년들은 오랫동안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일명 ‘고시낭인’, 장기간의 시험 준비로 사회 진입이 늦어지는 이들이 생기기도 하죠.
일부 공인회계사 합격생들은 합격 후에도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하는 사례까지 겪고 있습니다. 청년 인재가 사회로 나아가지 못한 채 시험 준비에만 머무르는 구조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또 다른 문제는 기초 학문의 도태입니다.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엘리트들이 의대와 로스쿨을 선호하면서 자연과학이나 인문사회와 같은 기초학문 지원자는 크게 줄었습니다.
몇몇 학과는 없어질 위기에 내몰렸고 대학의 연구 생태계도 하나 둘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전문직 쏠림은 누군가의 진로 문제를 넘어 학문 기반과 지식 다양성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강창국 / 행정사]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먼저일 것 같아요. 여러분 어릴 때부터 질문을 받아왔을 겁니다. “너의 꿈은 뭐야?”, “너의 장래희망은 뭐야?” 그런데 아마도 그런 길을 맞추어 간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는 그냥 현실에 맞춰왔을 거예요. 친구들이 이런 길로 간다고 하면 나도 따라서 가고, 그러다 가다가 부딪혀서 못하게 되는데 ‘내가 무엇을 할 것이다’라는 그림을 먼저 가지세요."
어떤 명함을 가졌는지에 따라 한 사람의 가치가 정해지는 사회. 그 명함의 무게가 단단하고 무거울수록 안전하다고 믿는 청년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전문직 열풍은 녹록치 못한 노동시장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들이 찾은 하나의 돌파구였던 것이죠.
과연 전문직 열풍은 진정한 개인의 선택일까요? 청년들에게 다양한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제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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