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지속적인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사건, 꼭 어디서 본 것만 같다. 2023년 서이초등 교사 사망 사건과 오버랩된다. 비슷한 비극의 반복에, 그동안 만났던 스승이 떠오르며 마음이 갑갑해졌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 5법’이 개정됐다. 교육부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에서 교사 개인이 아닌 기관 차원 민원 응대 시스템을 마련하고,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민원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약 1년 뒤, 제주에서 또 한 명의 서이초 교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교권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법을 논하기 전, 교사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교사-학생-학부모의 관계는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수직적이다. 교사는 학생을 무조건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며,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이 ‘민원’으로 문제 삼아진다. 교권을 논하기 전, 인간으로의 권리, 인권이 침해당하는 현실부터 해결해야 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다’는 노래에 역행하듯이, 교사의 인권은 바닥을 치고 있다. 권위를 잃은 교실, 존중받지 못하는 교사, 감정 소진을 당연히 견뎌야 하는 분위기 이런 환경이 반복된다면 교사의 죽음은 유별난 예외가 아닌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대학생인 우리는 이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며 자라왔다. 초등학생 시절, 받아쓰기를 60점 이하로 받으면 방과 후에 친구들과 틀린 문장을 다시 썼던 기억이 있다. 괴롭다면 괴로웠겠지만 절대 선생님의 학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아뵌 담임 선생님은 “요즘엔 어떤 일이 있어도 학생에게 나머지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생님께선 “민원이 될 만 한 일은 되도록 피한다”며, 5학년임에도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만 보셨다.
교권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한다. 교사는 교사이기 이전 인간으로, 보호받아야 할 인격체다. ‘교권 회복’은 더 이상 법 제정으론 해결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건, 법 다음의 변화다. 교사의 인간적인 경계가 존중받는 사회. 그것이 교권 회복의 진짜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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