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AI 시대, 이전과는 다른 평가방식 필요··· “수업 인원 줄이고 과정중심평가로 전환해야”
▲조정은 교수는 이제와는 다른 평가방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결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과정 중심 평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이지수 기자)
교수법 특강 ④ - 조정은 교수 <AI가 과제를 대신하는 시대: 교수자의 역할과 새로운 시도>
# AI 시대의 도래로 대학 수업이 커다란 변곡점을 맞고 있다. 대학 교육과 평가 방식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신문은 교수학습개발원이 ‘AI 시대 대학 수업의 대전환: 교수자의 새로운 도구, 그리고 실천’을 주제로 4회에 걸쳐 진행하는 교수법 특강 현장을 찾아, 학내 AI 활용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지난 3일 진행된 네 번째 특강에서는 사학과 조정은(역사학) 교수가 수업 사례를 중심으로 교수자의 역할 변화 필요성과 앞으로의 대학 교육 방향에 대해 짚었다.
대학생들 전부 챗GPT 사용
“얼마나 쓰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AI 시대 교수자의 역할을 논하기에 앞서, 조정은 교수는 생성형 AI가 대학가에 깊게 침투한 현실부터 짚었다. 학생들에게 “AI를 얼마나 사용하느냐”라고 물으면 처음에는 “의존하게 될까 봐 쓰지 않는다”고 답하던 학생들도, 조 교수가 AI 활용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면 곧바로 “이러이러한 과제에 AI를 쓴다”고 자연스럽게 고백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학생들이 교수님들께는 AI를 쓴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얘기를 안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라며 “학생들 전부 AI를 쓰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쓰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난 학기 ‘중국사 특강’ 수업을 진행하며 더욱 확고해졌다. 조 교수는 학생들에게 ‘책의 한 챕터를 요약하고 비평하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이후 제출된 스무 편의 과제를 검토한 결과, 4명의 학생이 챗GPT를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다.
조 교수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AI 사용이 의심되는 과제를 걸러내기 위해 소요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구체적으로는 ▲학생이 요약한 내용이 책에 실제로 적혀있는지 ▲참고문헌에 기재한 논문이 존재하는지 ▲페이지를 기재했다면 그 페이지에 해당 출처가 정확히 들어있는지 등을 일일이 검토했다. 확인을 거듭한 끝에 “각주에 적힌 책은 1892년과 1895년에 쓰인 자료로 학부생이 접근하기 어려울뿐더러 해당 인물이 쓴 책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비롯해 “중국의료사를 연구하는 한국의 모든 교수님을 아는데 참고문헌에 기재한 네 권의 책 중 세 권은 존재하지 않았고 나머지 한 권마저 제대로 된 인명이 적혀있지 않은 것”, “52~73쪽에 실린 내용이지만 출처에는 다른 페이지가 기재된 것”을 발견하게 됐다. 심지어 책에 없는 내용을 요약해 제출했거나, 참고문헌 URL 끝에 ‘source=chatgpt.com’이 적혀 있던 사례까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학생들 전부 AI를 쓰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쓰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지수 기자)
“AI 사용했나 의심 먼저 들어”
교수자-학생 간 불신도 문제
학생들의 챗GPT 사용으로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는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이 사라지는 것’을 꼽았다. 조 교수는 대학원 수업에서 제출된 소논문 사례를 들며 “겉보기엔 멋있어 보이는 표현들이지만 뜯어보면 알맹이가 없고 사유가 담겨있지 않은 문장”이라며 “학부 수업과 달리 시간이 충분했기에 직접 쓴 개념들을 설명하라고 요구했지만 듣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자 교수자와 학생 사이에 불신이 생기기도 했다. 조 교수는 “학생이 글을 써왔을 때 ‘AI가 쓴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의 문장이 AI와 유사한 점을 지적했을 때 “억울하다”는 답변이 돌아오면 “AI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글을 AI처럼 쓰게 됐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지도했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학생들은 이미 ‘나는 몇 시간 걸려도 좋은 점수를 못 받는데 친구들이 AI로 두세 시간 만에 뚝딱해 낸 과제는 A+를 받는다’는 경험을 했다”며 “스스로도 AI 의존이 과도하다는 문제의식을 갖지만 정작 AI를 사용해야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AI를 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환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은 유료 버전을 활용해 더 많은 작업을 AI에 맡기고도 들키지 않은 채 높은 점수를 받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조 교수는 앞으로는 AI 사용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운 과제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경험을 언급하며 “세 쪽짜리 과제의 AI 사용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교수자가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고도 덧붙였다.
시험의 의미·방법 재정립 필요
인원 줄이고 과정중심평가로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대응으로, 우선 교수자가 AI에 대해 잘 알고 학생들에게 적절한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조 교수는 “AI는 확률적으로 높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뿐인데 학생들은 그것을 마치 신탁처럼 여긴다”며 “정보의 출처나 사실관계가 정확한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쓸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다른 교수님들께서도 느끼셨겠지만 지금 학생들은 실수를 굉장히 두려워한다”며 “그래서 AI에 더 의존하고 정답만 말하고 싶어 하며 잘못된 질문을 할까 봐 질문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I를 쓸 수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와는 다른 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시험의 의미와 방법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과제 역시 수업 시간 안에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결국 수업 인원이 적어야 한다”며 “강의 방식도 대화형 수업·질문·토론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결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과정 중심 평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점수가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배웠는지를 더 중시하는 시험이 돼야 한다”며 “인간의 비판적 사고와 맥락을 읽는 능력을 키워야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소규모의 다양한 수업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능력을 키워주는 방식이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대학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AI를 쓸 수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와는 다른 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시험의 의미와 방법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진=이지수 기자)
특강을 마무리하며 조 교수는 ‘역사학적 방법론’이 AI 시대에 유효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료를 읽고 출처를 확인하며, 당시의 시대적 맥락 속에서 내용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역사학적 공부법이 곧 정보를 분석하고 선별하는 능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AI 시대일수록 인문학적 사고와 비판적 검토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인문학의 가치를 다시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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