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사진 = 김가빈 기자)
“교수님이 몇 년째 기침을 하고 계세요”
박윤범(사회학 2025) 씨는 지난 학기 블랜디드 수업을 수강하며 겪은 불편을 토로했다. 블랜디드 수업이란 교수·학습 활동의 30% 이상 50% 이하가 원격으로 이뤄지는 교과목을 말한다. 박 씨는 “강의 시작부터 끝까지 기침을 하시고, 교수님 목소리까지 작아서 뭐라고 하시는지 들리지도 않는다”며 “강의를 보면서 실습을 해야 하는데 정확히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전 강의가 바뀌지 않아 선배들도 겪었던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난 학기 블랜디드 전공 교과목을 재수강한 A 씨는 “이전에 수강했을 때와 강의 영상과 퀴즈가 완전히 같아 당황스러웠다”며 “흔히 말하는 족보가 없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에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효율성이냐, 시의성이냐
재사용 자체가 질 저하는 아냐
온라인 강의가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배경에는 제작의 효율성이 있다. 윤정미(교육학) 교수는 “온라인 강의 콘텐츠는 제작하는 데 시간과 비용, 인력의 수고가 적지 않게 든다”며 “이미 잘 제작한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다시 사용하는 방법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만의 사회학’을 운영하는 박승준(약리학) 교수는 “대학 입장에서 온라인 강의 확충이 학생들의 수강 요구를 받아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라며 “다만 단순히 수강 인원만 늘리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콘텐츠 재사용이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을 때다. 학생들이 직접 교과목에 대한 의견을 남길 수 있는 통로인 강의평가에도 현재까지 강의 콘텐츠의 시의성을 평가하는 문항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교수학습개발원 지상현(지리학) 전 원장은 “원론적인 기초학문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개념적 변화가 크지 않은 반면, 첨단 IT나 사회과학 분야는 해마다 최신 현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 역시 “온라인 강의 콘텐츠가 내용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설명하는 원리는 그대로여도 사용한 예시나 데이터, 영상의 품질, 그리고 수강하는 학생들이 처한 교육 여건은 계속해서 달라진다”고 말했다. ‘여성학개론’을 운영하는 엄혜진(여성학) 교수는 “녹화 강의는 대면 강의보다 더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며 “교강사가 시의성 없는 예전의 자료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건 매우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온라인 강의 재사용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우리학교는 ‘원격수업시행세칙 제6조 제1항’에 따라 원격수업관리위원회(원관위)가 콘텐츠 신규 제작 완료일 또는 최종 수정일로부터 3년이 지난 강의 콘텐츠를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수정 또는 재제작을 안내한다. 매 학기 원격수업 개발·선정 및 개설 심의를 진행하며 ▲원격수업의 필요성 ▲콘텐츠 개발 시기 ▲제작 방식 등을 토대로 심의한다.
다만 원관위의 관리 대상은 전체 수업의 70% 이상이 비실시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원격강좌’에 한정된다. 블랜디드·하이브리드와 같은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은 교무처 소관으로, 교무처장의 승인을 받아 개설된다. 하지만 해당 수업에서 활용되는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심의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 학사지원팀은 “현재는 비실시간 온라인 수업 운영 기준을 준용하여 운영하고 있다”며 “블랜디드 수업 내의 온라인 강의에 대한 별도의 심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면 수업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대학 차원의 별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 ‘인간의 가치 탐색’을 수강한 B 씨는 “강의계획서에는 대면 강의라고 적혀 있는데 플립러닝식(온라인 선행 학습)으로 운영됐다”며 “영상이 너무 예전 것이고 화질도 안 좋아서 공부할 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사지원팀은 “대면 수업 내에서 활용되는 자료는 담당 교강사가 관리하며, 대학에서는 매 학기 강의 자료의 업데이트 및 최신화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오프라인 너머
새로운 교육을 고민할 때
우리학교는 지난해 다전공 의무화에 따른 수강 수요 증가와 전공 선택권 확대를 위해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과 온라인 강의를 확대할 것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학사지원팀은 “향후 병행 수업이 확대되어 별도 기준이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운영 기준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 전 원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은 그 목적과 운영 방식이 달라야 한다”며 “많은 학생이 수강하는 중대형 강의는 온라인 교육 환경의 특성을 살려 캠퍼스 간 경계를 허물고 고품질 콘텐츠의 ‘One Source Multi-Use’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강의는 교수·학생 간 상호작용과 토론, 실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규모의 맞춤형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 역시 온·오프라인 수업을 무조건 대체 관계로 보기보다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엄 교수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진 상황에서 두 방식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오프라인 강의를 대체하는 형태로만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윤 교수는 “융복합 교육에서는 여러 전공의 학생이 공유해야 할 기초·공통 지식이 있다”며 “이러한 내용은 온라인 강의로 제공하고, 비판적 사고나 협업을 통한 문제 해결처럼 깊은 상호작용이 필요한 학습은 대면수업에서 다루는 방법으로 역할을 나눌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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