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동대문구 대학가에서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동일 임대인의 건물에서 보증금 반환 지연 피해를 입은 우리학교 학생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아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보증금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봤다.

▲최근 동대문구 대학가에서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새 세입자 들어와야 돌려준다”
계약 끝나도 못 받은 보증금
임대사업자 이 씨는 과거 여러 차례 선거에 출마해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산 공개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22년 기준 이 씨가 보유한 300여 개의 부동산 중 아파트 165채와 오피스텔 11채가 동대문구에 있다. 학교 인근 공인중개사 S씨에 따르면 최근 금리가 올라 이 씨의 임대사업이 어려워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피해를 입은 우리학교 학생은 1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신문은 피해자 중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피해자 A 씨는 서울시립대 인근 이 씨 소유의 오피스텔 원룸을 보증금 7,000만 원에 계약했다. 계약이 끝나자 이 씨는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줄 수 있다”며 반환을 계속해서 미뤘다. 약 1년 7개월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결국 임대차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보증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보증금 7,000만 원 중 5,000만 원을 전세자금대출로 충당했다”며 “대출 연장과 이자 부담 때문에 경제적 압박이 크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B 씨 역시 같은 오피스텔에서 4년간 거주하며 보증금 1억 원을 맡겼다. B 씨는 퇴거를 앞두고 이 씨로부터 “5개월 후에 반환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협의를 통해 다음 달 반환 약속을 받아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B 씨는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 준다는 C 중개업소의 말을 믿었지만 반환이 계속 미뤄졌다”며 “끈질기게 독촉한 끝에 퇴거 후 4개월 만에 분할해 겨우 전액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해자 D 씨는 이문동에 위치한 이 씨 소유의 오피스텔에 보증금 2,000만 원을 내고 거주했다. 퇴거를 앞두고 D 씨는 보증금을 받기 전까지 비밀번호를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C 중개업소는 청소 등을 이유로 비밀번호를 요구하며 “새 세입자 입주 전 반환될 것”이라 설득했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까지 보증금은 입금되지 않았다. D 씨는 이 씨와 중개업소에게 지속적으로 반환을 요구했고 결국 여러 차례 나눠 받아 전액 회수했다. D 씨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계속 신경이 쓰였고, 돈을 다 받을 때까지 심리적으로 불안했다”고 전했다.
신탁등기의 위험성
공인중개사 고지 의무 부실
다수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씨의 건물은 신탁등기로 돼 있다. 신탁등기란 집주인이 대출을 더 많이 받거나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회사(수탁자)에 맡기는 제도다.
문제는 신탁등기가 이뤄지면 법적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다는 점이다. 임차인이 신탁회사(수탁자)나 수익자(금융기관)의 동의를 받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계약 특약에는 신탁회사의 보증금 반환 책임이 배제된 경우가 많다.
이문동 소재 한 중개업소는 “만기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수탁자에는 법적 책임이 없다”며 “결국 임차인이 이 씨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이나 소액심판 청구를 진행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개사가 세입자에게 특약과 리스크를 정확히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탁 매물의 위험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중개사의 법적 책임을 지적했다. 한국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권오상(법학) 교수는 “공인중개사는 신탁등기가 마쳐진 부동산을 중개할 때 신탁원부를 제시하며 신탁관계 설정 사실 및 그 법적 의미 및 효과를 정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중개업자 역시 손해배상을 진다”고 말했다.
다수의 피해자를 중개한 공인중개사 S 씨는 “자신이 중개한 거래 가운데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피해자가 약 3명이었으며, 이 중 1명은 아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이 씨가 현재 새 건물로 대출도 받고 회전시키려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씨는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일대에 새로운 건물을 신축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되풀이되는 보증금 피해
예방과 신속한 대응 중요
전문가들은 계약 전후 단계별로 학생들이 챙겨야 할 사항들을 조언했다. 먼저 계약 전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 한다. 고려대 법전원 김제완(법학) 교수는 “등기부등본은 계약 전과 잔금일 당일 최소 두 차례는 확인해야 한다”며 “갑구에서 임대인이 실제 소유자인지, 을구에서 선순위 담보금액이 초과돼 있지 않은지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약 과정에서 임대인의 태도도 살펴봐야 한다. 류두원(경영학) 교수는 “임대인이 학생이라고 얕보는 태도를 보이면 계약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겼다면 소송비용을 아까워하지 말고 즉시 변호사 상담을 받아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며 “승소하면 법정이자와 소송비용 일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우리신문이 보도했던 이 씨와 비슷한 사례에서도 최근 법원 판단이 나왔다. (관련기사: 동대문구 전세사기 피해, 우리학교 학생도 포함돼/대학주보 1722/2024 .05.14.) 임대인 김 씨 역시 동대문구 대학가 일대에서 보증금을 돌려막았다.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지난달 27일 김 씨에게 벌금 100만원과 함께 징역 12년을 부과했다.
김민영 기자 myk5060@khu.ac.kr
서라수 기자 sooxoosoo@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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